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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란 곳에는 언제나 상처 입은 전사들이 존재했지.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약재들이 상처 입은

그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어. 약내음은 우리들을 치장하는 향수였지.”

유이리의 말에 화연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비슷한 향내는 바로 그 영향이었다. 최근에는

덜했는지 그 향내가 많이 희석되었으나 향내 깊숙한 곳에는 독하면서도 독특한 약내음이 존재했다. 화연은

느닷없이 자신을 끌어안으며 언니라 부르라고 한 눈앞에 있는 미녀(美女)가 조금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안으로 드시어요. 저는 차를 준비하겠사와요.”

유이리는 화연의 방에 들어가 탁자 옆에 놓인 작은 통형의자에 앉았다. 화연의 방은 그 크기와 어수선함에 비해

아늑했다. 계속해서 코를 자극하는 약내음은 휴렌에 있는 마제린 대신전을 회상시켰다. 어쩌면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는 곳.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추억의 사람들, 평생의 은인들, 마음으로만 부르던 어머니

소니아 대사제님, 아버지 로이 신관전사장님. 유이리는 마음이 울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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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깊은 추억에 잠겨있던 유이리는 소매를 잡아당기는 힘에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소매 끝으로 돌린 시선에는

자신의 소매를 꾹 쥔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연의 얼굴이 있다. 소매로 물방울이 떨어져 넓게 퍼졌다.

유이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가에 깃든 눈물을 닦아냈다.

“어머. 주책스럽게 이게 왠일이니.”

유이리는 연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호들갑을 떨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연의 걱정스러운 표정에는 변함이

없다. 유이리는 그런 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안. 걱정시켰나보구나. 가족들을 생각했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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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리의 시선은 다시 저 먼 곳을 향했다. 연은 그런 유이리의 소매를 힘껏 잡아당기며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슬퍼하지 말아요. 저도 언니의 가족이에요. 그러기로 했잖아요. 한 가족이 되기로.’

연의 눈은 필사적으로 유이리에게 말을 걸었다. 연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유이리는 연을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히며 다시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또 다른 가족이 있었는데, 멀리 있는 만날 수 없는 가족만 생각을 했구나. 미안.”

유이리의 말에 연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풀렸다. 연은 유이리의 품에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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