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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상욱의 조부 남궁영과 외조부 허상죽은 둘 다 천하의 팔불출로 소문이 나 있다. 특히 유이리는 남궁영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유이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당씨부자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경공술을 극성으로 시전하며 몸을 날렸다.
조용한, 아니 침체되었다 할 수 있는 당문세가가 갑자기 요란해 졌다. 당명원과 당세보 부자는 제자들과 시비들이
지켜보거나 말거나 집안에서 경공을 극성으로 시전 하여 달리고 있다. 멋모르고 주변을 지나던 제자들은 급히
몸을 피하며 충돌을 피했다. 좁은 복도에서 경공을 시전하며 고속으로 달리니 복도를 걷는 사람들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법. 그러나 당명원과 당세보는 익숙하게 사람들을 피하며 목적지를 향했다.
‘제발. 늦지만 말아라.’
당세보는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만에 하나. 정말로 만에 하나 유이리에게 않좋은 일이 생겼을 경우 벌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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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에 대해 당세보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복도 저 멀리 끝에 위치해 있는 방문. 당세보는 당명원보다 앞서 힘차게 방문을 열어 젖혔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린 방 안에는 유이리와 당화연, 그리고 연이 매우 놀란 눈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당화연은 놀람과 동시에 당황해 하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로 허둥댔다. 그러나 당세보는 그런 동생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당세보의 시선은 황급하게 유이리를 향했다.
당세보의 시야에서 손등이 보이는 유이리의 양손은 동이에서 가져온 고급 청자(靑瓷)를 쥐고 입으로 향하고 있다.
찻잔의 각도는 약 20여도를 보이는 것이 충분히 입안에 찻물이 들어가고도 남을 각도이다. 굳어진 채 놀란 눈으로
당세보를 바라보던 유이리의 목이 가볍게 울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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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쿵!!!!
당세보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하며 화연을 노려보았다. 뒤이어 도착한 당명원 역시 화연의 방 앞에 굳어져
장승화한 당세보를 보고는 이미 늦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일을 어찌 변명하면 좋을꼬.’
당명원은 그동안 오냐오냐 키우며 딸내미-당화연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지 않은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 우선은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누구도 모르게,
가능한 신속한 방법으로. 당명원은 당황하며 허둥대는 화연을 무시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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