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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저 장식의 가치를 모르겠다면 내 친히 장소저의 안목을 넓혀 드리리다. 조장군님. 이곳에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조그만 상자가 있습니까? 있으면 잠시 내 주실 수 있겠는지요.”

나이차가 오십 이상이 나는 두 남녀의 치열한 언쟁을 지켜보던 조장군은 김노인의 말에 호기심을 감추지 않으며

하인을 시켜 상자를 가져오게 하였다. 잠시 후 하인의 손에 들려 좌우 높이 약 한척 가량의 조그만 화초장이

배달되었다. 김노인은 화초장안에 옥장식을 넣고 문을 닫았다.

“조장군님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리지요. 잠시 창에 검은 천을 둘러 빛을 막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딸의 결혼식에 검은 천을 두른다는 것이 매우 불길한 느낌을 주었으나, 그 이상의 호기심이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조장군은 두말없이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검은 천이 아닌 하얀 천으로 창을 가려 완벽히 빛을 막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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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했다. 그러나 충분히 빛의 진로를 막아주었다. 실내는 어느새 어둑어둑해 졌다.

김노인은 모두의 시선을 등에 업고 화초장의 문을 열었다. 장미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화초장안에 있는

봉황상이 은은한 연푸른빛을 뿜어내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부드러운 빛은 실내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주변의

색을 바꾸어 놓았다. 군웅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탄식은 흘렸다.

“허~~ 역시 남궁세가. 과연 천하제일가 다운 선물이군.”

“저 귀한 야명주(夜明珠)로 조각상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남궁세가가 아니라면 누가 꿈이나 꾸겠는가.”

그랬다. 야명주는 조그만 조각이라도 큰 가치를 가진다. 그것도 지금처럼 밝은 빛을 뿜어내는 야명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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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금전 이백냥은 충분히 호가 할 수 있다. 게다가 저런 세밀한 장식을 한 야명주라면 오백냥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경매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최하 금전 칠팔백 냥, 잘하면 수천냥 까지도 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

이미 저 봉황상은 황실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천하지보(天下之寶)였다.

“이거이거 유소저와 남궁세가 덕에 크게 안목을 넓일 수 있었소이다. 이런 보물을 볼 수 있게 해주다니 고맙소.”

김노인은 유이리와 남궁상욱에게 포권을 쥐며 고개를 숙였다.

유이리는 질린 표정으로 멍하게 있는 장미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생각대로였다. 김노인에게

장식물을 넘기기 전에 가벼운 장난을 쳐놓은 것이 효과를 발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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