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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리의 기도가 끝나자 방안 한쪽을 장식하던 청룡도가 둥실 떠올랐다. 그 광경을 본 엄백령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망할. 허공섭물(虛空攝物)? 말이 되? 장한돈 이 빌어먹을 놈의 자식. 허공섭물을 구사할 정도의 고수가 내력이

없어? 그런데 저 어려 보이는 나이에 허공섭물? 반로환동한 전대 고수? 설마 전대 마인은 아니겠지? 근데 그런

고수가 왜 그렇게 쉽게 잡히냐고. 죽이지는 않겠지? 우씨. 목소리가 나와야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지. 우
째 이런 일이.’

벽에 얌전히 걸려 있어야 할 청룡도가 둥실둥실 공중을 날아와 침대에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 유이리의 결박을

끊어 버리자 엄백령은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몸도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사지의 결박을 모두 끊고 청룡도를 들고 침실에서 일어나는 유이리를 보며 엄백령은 절망했다. 무림에서

가장 경멸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음적이다. 만일 그 누구든지 여인을 겁탈하려는 음적을 발견한다면 힘이 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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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에서 즉결처분도 가능하다. 엄백령 자신이야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이고 현행범에 피해자가 눈앞에서 청룡도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목이 날아갈 상황. 엄백령의 눈앞에는 그동안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하늘을 날아온 청룡도는 묵직한 몸을 내려 꽂으며 유이리의 오른팔을 묶고 있던 밧줄을 잘라냈다. 손이 자유로워진

유이리는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엄백령을 밀쳐내고 나머지 밧줄을 잘라냈다. 그리고 마비된 몸으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있는 엄백령을 내려다보았다. 창백하게 질려있는 얼굴에서 그의 심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유이리는

그런 엄백령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입술은 분명히 웃고 있으나 눈은 아무런 감정이 없이 차가움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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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고 있다. 파랗게 질려 있던 엄백령의 얼굴이 더 파래졌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는 족속이다. 이번 한번만 이라고 마음을 약하게 먹었다가는 또 다른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해

낼 것이다. 보나마나 지금의 위기를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를 치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유이리 자신과

예진, 연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용서해줄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죽음은 형벌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의 족쇄를 풀어주는 자유의 열쇠이다. 대죄를 범한 자에게 자유를 선사할 수는 없었다.

혹자는 죽음을 두려워하나 마제린의 사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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