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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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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어느새 사내의 주변에는 유사한 자세의 그림자가 둘러싸고 있었다. 사내는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들고 있는 검을 들어 기수식을 잡았다. 뇌리에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던 사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내며 보여주던 비장한 얼굴도 떠올랐다. 죽음을 각오하자 호흡이

안정되고 몸의 떨림이 사라졌다. 갑자기 사내는 등 뒤의 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일말의 방심을 기대하며.

자신이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적어도 한 놈 정도는 저승길에 동반시키고 싶었다.

“죽어라! 회선구류검(回旋九流劍).”

사내의 검은 강한 회전력을 기반으로 세 개의 검로변화를 일으키며 그림자의 목으로 향했다. 이 검술을

대성했다면 동시에 아홉 방향에서 상대를 덮치는 검광을 만들어 낼 수 있으나 사내는 아직 공부가 부족해 단지

세 번의 변화만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검기에 쌓인 검이던 잘 갈리지 않아 뭉툭한 검이던 목에 있는 기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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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 놓는다면 저승길 동행을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사내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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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기가 가셨다. 사내의 검은 그림자의 목을 가르지 못했다. 사내의 검은 그림자의 목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반쯤

파고들었다. 그러나 살이 갈라지며 뿜어져 나오는 붉은 선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이 무너져 내리지도 않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행동도 없었다. 오히려 그림자는 천천히 우수(右手)를 들어 올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내는 눈앞에 벌어진 사태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검은 그림자의 우수가 벼락같이 휘둘러지고 사내의 목이 몸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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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 물…….”

사내의 목에서 솟아나는 붉은 피는 분수가 되어 밤하늘을 향해 뿌려졌다.

사내의 몸은 힘없이 무너졌다. 검은 그림자들은 쓰러진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주변에

둘러 앉아 사내의 시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뿌드득!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는 사내의 팔을 뽑아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 다른 그림자 역시 똑같이 사내의 시신을 분해하여 입으로 가져갔다.

“유이리, 나의 딸아.”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누군가가 유이리를 찾았다. 유이리는 주변을 돌아보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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